
새벽의 공항은 심심할 틈이 없다. 이쪽 저쪽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ATM에서 뽑은 잔돈을 바꾸기 위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 마시고 있자니 참으로 재밌다. 사실 나라는 사람은 일부러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데 여행은 사람의 기본적인 취향조차도 바꿔놓는다. 하지만 괜찮다. 여행지에서의 커피 아닌가? 왠지 나와 목적지가 같은 사람일 것 같아 빙글빙글 돌다가 말도 못 건네고 가만히 옆에 놓여있는 티켓을 열심히 바라볼 때였다. 문득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고 당황한 나는 “혹시 레에 가시나요?”라는 다소 상투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 주위로 한국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었다. 공항 노숙 중 이런 무리는 짐에 대한 부담 없이 화장실을 갔다올 수 있는 특혜를 제공한다. 얼마나 떠들고 얼마나 졸았을까? 그래도 불편한 의자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곤 조금 이르게 탑승수속을 밟았다. 게이트 근처에 도착했을 때 그 곳은 공항 도착라운지보다도 훨씬 아늑하고 조용했다. 새벽 5시, 비행기는 이제 막 깨어나는 도시를 떠나 하늘로 솟아올랐고 나는 도착 직전 30분동안 창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