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다크] 020 판공초에서의 밤

 

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들어간 소주 덕분인지 식사를 끝내고 술과 담소를 나누던 우리는 별이라도 볼까 밖으로 나섰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바람과 구름, 천둥과 번개 뿐이었다. 누가 판공초에 오면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다고 했던가. 별은 언젠가 다른 곳에서 만나겠지라며 따뜻한 실내로 들어갔고 내일 살아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곤 잠에 들었다. 민박집은 매트리스와 두꺼운 이불이 한 방에 다섯 개씩 있었는데 촉감이나 냄새 모두 할머니집에 온 것 같았다. 강원도 중소도시에서 자란 나는 다른 또래처럼 겪을 수 있는 자연이 한정적이었다. 서울보다는 양호한 편이라지만 동네 뒷산과 계곡, 논을 헤집고 다니며 자연을 이해하긴 조금 아쉬운 편이었다. 내가 지금 자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마 외갓집 덕분일지도 모른다. 충청북도 소백산 자락 아래쪽에 있는 외갓집을 가게 되면 항상 신났다. 그곳엔 같이 놀 수 있는 또래의 형제들이 있었고 누나들이 있었으며 친절한 마을사람들은 우리의 모험에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빗대어 보았다. 여름에는 페트병을 잘라 안쪽에 된장을 바른 뒤 시내에 던져놓곤 송어가 들어와있기를 빌었다. 아침이면 닭이 갓 낳은 따뜻한 알을 꺼내오는 것도 내가 할 일이었다. 소가 밥을 잘 먹고 있는지, 토끼가 간밤에 도망가지 않고 잘 남아있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겨울에는 꿩을 잡기 위해 산 속을 헤매다 길을 잃기도 했고 비료 포대를 타고 경주를 하기도 했다. 난방이 한정적이기에 숨이 막힐 정도로 파묻히는 이불을 덮고 잤는데 어렸을 때 가든 조금 더 자란 뒤에 가든 이불에서는 똑같은 냄새가 났다. 여행지에서의 하룻밤, 후각이라는 감각 때문에 내가 떠나온 곳을 그리워할 수도 있구나라고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