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서인지 새벽에 중간 깼을 때 숨쉬는 소리가 가득했다. 다시 한 번 깼을 때는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아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오래 머무는 곳과 금방 떠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방법은 다소 다르다. 오래 머무르는 곳에서는 제법 여유롭다. 항상 가던 식당에 들어가 앉으면 식당 주인이 날 알아보곤 항상 먹는 메뉴를 가져온다. 이번 여행에서 아침식사 컨셉은 무슬리였는데 유제품이 맛있는 인도에서 한 끼니에 최소 한 번은 커드를 먹었다. 그리고 나선 햇빛이 잘 드는 자리로 옮겨 차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이 식당에서 대화를 나눴던 사람도 있고 어제 갓 들어온 사람도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다보면 전형적인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방 떠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는 조금 다르다. 곧 떠나야 하기에 그 곳에서의 시간 일 분, 일 초를 오롯이 느끼고 싶다. 간밤에 걸었지만 오늘은 또 느낌이 다른 거리를 걸으며 아마 앞으로도 이대로 남아있을 거리를 기억한다.
어바웃 타임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주인공은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려고 애쓴다. 처음에는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면서 자신이 지나쳤던 것들에 한 번 더 눈길을 주며 산다. 나중에는 하루를 보낼 때 두 번째 사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산다. 여행을 할 때 짧은 시간만에 모든 것을 보긴 어렵다. 동적인 여행을 좋아하지만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까지는 최소 4일에서 5일을 한 도시에서 머무르려고 노력해왔고 이번 여행에서는 입출국을 제외한 모든 기간을 하나의 도시에서만 머물렀다. 그런데 그렇게 머무르면 그 도시가 다시 생각나지 않고 그립지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마을을 떠나기 전부터 마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판공초에서의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 아침. 마을을 돌아보고 마을 근처의 호숫가로 나와 호수 저편을 바라보고 있다보니 해가 떠올랐고 호수의 색은 서서히 변해갔다. 그 변화의 과정 속에 머물다보니 한 명씩 일어난 동행들이 밖으로 나왔고 우린 말없이 그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