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덕은 꽤 가파르고 고산적응이 완벽하지 않았던 내게 조금 버거운 높이가 아니었나 싶다. 외국인 중에는 끝까지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가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한여름의 땡볕을 견디지 못하고 나보다 작은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던 청산도에서의 고행이 그러했고 늦은 저녁 한 잔의 술로도 외로움이 극복되지 않던 스페인이 그러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다양한 순간에 중도 포기라는 유혹을 만난다. 일상 속에서 내가 추진하던 일도 그렇지만 여행을 중도포기하는 것 또한 커다란 고뇌를 불러일으킨다. 인도 또한 제법 난이도가 높은 여행지이기에 사기 때문에, 빈대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비행기표를 바꿔 돌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 언덕을 오르는 것은 내 몸 상태에 따라 포기해볼만 하다. 내일이 있으니까, 내일 또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오늘을 잠시 멈출 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