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라다크] 031 공포증

 

누구나 하나쯤 공포증을 갖고 있을테고 나 또한 그러하다. 애석하게도 나는 꽤 진득한 폐소공포증과 약간은 증세가 약한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다. 라다크는 온 천지가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심하면 여행하기가 아쉽다. 한가한 날 가만히 앉아 내가 갖고 있는 공포증의 원인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도대체 무엇으로 인해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생겼을까? 지나친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폐소공포증을 얼핏 느끼지 시작한 것은 과사무실 식구들과 놀러갔다오던 차 안이었다. 당시 승합차에 자리가 없어 후배와 함께 승합차 트렁크칸에 타고 왔는데 지금 사고가 나더라도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나는 순간 답답해지고 참을 수가 없었다. 증세는 조금씩 내게 다가왔고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넘어오던 버스, 인도 코치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비행기에 다각적으로 나타났다. 왜 나타났을까? 나이가 들면서 내가 겪지는 못했지만 다가올 수 있는 위험을 하나 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상상력이 풍부했던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 그 중에서도 아픔을 굉장히 잘 공감할 수 있었는데 그 공감을 통해 두려움이 싹텄다. 경험이 증가하면서 공포의 깊이 또한 깊어졌고 어느덧 버스 안쪽자리조차 무서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약한 고소가 있어도 번지점프를 할 수도 있고 블루라군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지만 폐소는 어떻게 해서든 극복해야 하지 않나 싶다.